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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

가고 싶은 섬-신안군

by 교통환경 스토리 2010. 11. 16.

 

      자연이 조각한

      아름다운 섬

         '홍도'

 

 

지난 10월 29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신안군청과 티엔지경영전략연구소가 주관한 “가고 싶은 섬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홍도 팸투어에 참가해 홍도 흑산도 비금도 도초도 4개 섬을 다녀왔다.
“가고 싶은 섬” 이 신안군 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문득 신라 말 후삼국 시대 당시 33세의 평범한 젊은 수군 장수였던 왕건이 전주에 도읍을 둔 견훤을 견제하기 위해 배후지인 신안군에 기습적으로 상륙하여 군사 중심지였던 금성(지금의 나주)을 함락시키고 결국 통일을 이루어 낸 역사가 생각난 것은 우연이었을까?

왕건과 견훤 두 기린아(麒麟兒)의 결전으로 시산혈해(屍山血海)를 이루었을 당시의 이곳이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있을 지 꼭 눈으로 보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였다. 
29일 집에서 조금 일찍 서둘러 서울 양재역에 아침 7시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관광버스를 타고 낮 12시 30분 목포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다. 중간에 한우고기로 유명한 함평 휴게소에서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했다. 오후1시 목포에서 홍도행 쾌속선을 탔다.

목포에서 홍도까지는 2시간30분이 걸린다.
첫 번째 경유지 도초도까지는 약 50분 거리다. 도초도와 비금도 사이의 물길을 빠져나가면 거친 바다다. 흑산도와 홍도로 가는 길과 우이도로 가는 길이 나뉜다 목포에서 시작된 호수같은 바다가 도초도를 지나면서 조금씩 일렁인다.

다음 경유지인 흑산도까지는 약 1시간 걸린다.

흑산도는 고대 중국 대륙과 한반도를 연결하는 국제 해양항로의 거점이었다.

태풍이 일면 홍도의 모든 배들이 피항했다는 흑산도다. 목포에서 장장 97킬로미터 지점이다.

쾌속선이 없었던 옛적에는 목포에서 새벽밥을 먹고 출발하면 한밤 중이 되어야 흑산도에 닿았다고 한다. 지금은 흑산도에서 홍도까지 약 40분 밖에 안걸린다. 시간은 단축되었으나 흑산도에서 홍도까지의 바다 물길은 예나 다름없이 여전히 사나웠다.

롤러코스트를 타는 듯한 심한 요동에 승객 중 일부는 토했다. 홍도 뱃길에 주의보가 내리면 사흘 정도 묶이는 것은 기본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드디어 홍도에 도착했다. 목포항에서 서남쪽 114킬로미터 떨어진 절해고도다.

 

홍도
홍도항 선착장에서 바라 본 홍도의 첫 모습은 내 상상을 여지없이 깼다.

고즈넉한 섬이라기 보다는 웬만한 도회지를 보는 듯했다. 늘어선 포장마차, 모텔, 음식점, 노래방, 나이트클럽까지...
숙소를 배정받고는 곧바로 홍도의 속살을 보기 위해 최고봉인 깃대봉 등반을 시작했다.

등반이라기보다는 1시간 정도의 트레킹이란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오르는 길은 약간 가파른 지점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완만했다.

한 점 오염되지 않은 홍도의 공기를 맛보는 순간이다.
홍도는 맑고 푸른 바다, 기괴한 비위, 지형, 지질과 어우러진 난온대림 등 자원의 보존가치로 인정받아 1965년 홍도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170)으로 지정되었고 1981년에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홍도풍란 등 270여종의 희귀 식물과 170여 종의 동물 및 곤충들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다. 깃대봉으로 오르는 숲길은 철따라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며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깃대봉 못미쳐 숯가마터에서 잠깐 멈추었다.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기차와 무기의 원료로 사용된 참나무 숯을 제작 공출했다는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다. 

깃대봉(368M)과 남서쪽 양산봉(231M)을 주봉으로 하는 홍도는 섬 전체가 기복이 큰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시간이 없어 깃대봉에서 석촌마을로 넘어가는 숲길을 걷지 못했다.

홍도 2구에 있는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등대, 신비로운 자연 경관이 살아 있는 자연 관찰로, 몽돌해수욕장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걸어 보고 싶다.
깃대봉에서 내려오는 길에 만난 홍도의 저녁노을은 정말 장관이었다.
동쪽에서 떠서 끝없이 펼쳐진 서해바다 너머로 넘어가는 해는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마지막으로 보는 해일 것이다.

홍도에서는 올해부터 홍도낙조축제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그냥 잠자리에 들기에는 아까운 홍도의 밤이다.

마을 이장이 직접 드럼을 치는 노래방에도 가고 선착장에 늘어 선 포장마차도 갔다. 소주 안주로 나온 싱싱한 소라 전복 해삼 등이 입안을 즐겁게 해 주었다.
30일 아침 일찌감치 6시 30분에 식사를 했다. 아침 7시 30분 출항하는 유람선을 타기 위해서였다.

유람선은 아침 7시 30분과 12시 30분 2차례 운행한다. 어제는 홍도의 숲길을 보고 오늘은 바다의 홍도를 본다. 유람선에서 봐야 홍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는 말처럼 실제 바다에서 보는 홍도는 정말 아름다웠다. 홍도 10경으로 남문, 실금리굴, 석화굴, 탑섬, 만물상, 슬픈여, 부부탑, 독립문바위, 거북바위, 공작바위 등을 꼽는다.

보는 이의 각도에 따라 갖가지 전설과 함께 홍도의 기암괴석들은 다양한 모습을 연출해 주었다. 선상에서 먹는 싱싱한 회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한 접시에 3만원이라는 가격은 부담스럽지만 갓 잡은 회 맛은 일품이다. 홍도10경 앞에서 오랫동안 사진 찍기를 권하고 선상 회도 지나치게 선전하는 등 호객행위를 하는 것은 유람선에서 시정해야 할 것 같다.
유람선투어를 마치고 오전 10시 30분 흑산도로 이동했다.

 

흑산도
흑산 일주도로는 25.4Km의 대단한 길이를 자랑하는데 흑산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경험해야 할 필수코스 중 하나다. 특이하게도 도로 자체가 관광코스 중 하나가 되는 이유는 흑산도를 일주하다 보면 오염되지 않은 천연의 자연 경관을 그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주에 김기백 해설사가 동행했는데 구수하고도 해박한 설명 덕에 흑산도를 짧은 시간에 살펴볼 수 있었다.

예리항, 흑산도아가씨 노래비, 지도바위, 정약전의 서촌서당, 면암 최익현 선생 유허비, 진리 지석묘, 진리당산, 상라산성 등을 둘러보았는데 차량으로 약 2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흑산도는 제주도 거제도 진도 남해 등과 함께 조선 후기 대역죄인의 유배지였다.

흑산도에 유배 온 대표적인 인물로는 손암 정약전과 면암 최익현이 있다. 손암의 자산어보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 생태보고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자산문화관”에 가면 잘 전시되어 있다.
30여년 전까지만 해도 2월부터 5월까지 조기배와 팔도 뱃사람이 북새통을 이루면서 파시로 유명했던 예리항. 지금도 전복, 가리비, 우럭, 홍어 등을 걷어 올린 고깃배들로 북적인다.
흑산도는 주변 바다와 인근 섬에 비경을 숨겨두고 있다.

풍년학바위, 칠성동굴, 도승바위(김삿갓바위), 촛대바위, 제2금강산, 공룡바위(코불소바위), 쌍용동굴, 사성동굴, 석주대문(코끼리바위).... 일정 관계로 보지 못하고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흑산도 버스 일주를 마치고 배를 타고 도초도로 이동했다. 도초도와 비금도를 연결한 연도교인 서남문대교를 넘어 비금도에서 일박했다.

 

비금도


31일은 여유 있게 아침식사를 한 뒤 9시 30분 경 비금도 버스투어를 시작했다.
비금도는 하얀 소금과 푸른 섬초로 유명하다.

우리나라 최초로 천일염을 생산했으며 525ha(196명)에 30Kg 들이 153만 가마를 생산해 연간 8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또 겨울철 노지 재배로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비금섬초(시금치)는 835 농가에서 15Kg들이 38만 박스에 연간 10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비금도(飛禽島)는 섬의 모양이 큰 새가 날아가는 형상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 때 소금 값이 올라 염전 인부들 지갑에 실밥이 터질 정도로 돈을 벌자 “돈이 날아간다” 는 뜻으로 비금도(飛金島) 라 바꿔 부르기도 했다.
소형버스를 타고 1시간 20여분동안 내촌마을 옛담장, 이세돌 바둑기념관, 떡메산, 원평 명사십리 해수욕장, 신안 풍력발전소, 하누넘 해수욕장 등을 둘러보았다.
명사십리 해유욕장은 간조 때면 백사장 폭이 150M로 늘어나 해당화가 피는 고운 모래사장이 십리까지 뻗어 보는 이의 가슴을 확 트이게 한다.
하누넘 해수욕장은 모습이 하트 형상으로 하트해변 또는 사랑의 해변으로 불리며 SBS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이기도 하다.

하누넘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천연기념물 332호인 칠발도와 함께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비금도 관광을 끝으로 2박 3일의 팸투어를 끝내고 12시 10분 배로 목포로 향했다.

“가고 싶은 섬 홍도 팸투어”를 하기에는 2박 3일이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홍도를 비롯해 신안군의 3개 섬을 살펴 볼 수 있었다는 것만 가지고도 가슴 뿌듯했다. 수억 년 동안 영욕이 부침했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질서에 인간은 고작 스쳐 가는 나그네일 뿐이다.

팸투어 동안 인간이 편리해지기 위해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시멘트와 철구조물을 설치해 상처 입힌 자연의 흉한 모습들을 일부 보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가고 싶은 섬 사업”이 성공리에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는 자연이 살아있는 유기체이며 현재의 자연 상태가 가장 건강한 모습이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대규모 개발이라는 하드웨어 부분은 지양하고 섬 고유의 자연환경, 역사, 문화 상태 등 소프트웨어 부분을 지속 가능한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광과 섬 지역의 발전이 상생하여 고품격 관광지 홍도로 거듭난다면 매년 2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홍도의 홍보 전도사가 되어 홍도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나도 이번 팸투어를 통해 홍도를 비롯한 신안군 섬이 가진 매력에 푹 빠졌다.
다음에는 좀 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천혜의 비경을 찬찬히 살펴볼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 이동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