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업계동정/취재기사

< 화물운송제도 개선방안 무엇이 문제인가 (上) >

by 교통환경 스토리 2009. 3. 17.

현실 무시한 탁상공론 정책…실현되기 어려워
  ―1961년부터 기업화·직영화 수차례 추진했으나 성과 없어
  ―“40만 화물가족 끝까지 투쟁하겠다”며 업계 탄원 움직임 

  ◇…한나라당과 국토해양부가 당정TF를 구성해 마련한 ‘화물운송제도 개선방안’(이하 화물개선방안)이 화물운송업계로부터 “현실에 맞지 않고 실현되기도 어렵다”며 큰 반발을 사고 있어, 정부의 당초 방침대로 이 방안이 확정돼 시행될 경우 정부와 업계간에 큰 파란이 일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화물개선방안이 마련된 것은 지난해 부산 항만지역에서 발생한 화물연대 소요사태 때 차주들이 주장한 요구사항(운임덤핑 방지·화물차 감세·자가용 영업행위 근절·차량 증차 방지·지입제 폐지 등)을 정부가 종합해서 검토한 결과 화물운송회사의 운영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근시안적 판단을 한 때문이다.
 

화물개선방안은 김기현 한나라당 제4정조위원장이 지난 1월30일 대표 발의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 법률안에 포함돼 있으며, 이 법안은 현재 국회 심의 절차를 밟고 있다.
  개선방안의 주요 내용은 ▲화물운송사업자의 가허가제 신설 ▲운송사업자의 직접운송 의무제 도입 ▲위탁화물의 책임관리제 도입 ▲운송사업 양도·양수 제한 등이다.
  가허가제란 지금까지와 달리 앞으로는 실제 운송능력을 갖춘 업체들이 화물운송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우선 가허가를 발급하고, 일정기간 동안의 운송실적을 제출한 자에게만 다시 본허가를 교부토록 하겠다는 제도다.
  또 직접운송 의무제는 운송사업자가 화주로부터 수탁받은 화물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비율 이상을 해당 사업자의 소속 차량으로 직접 운송토록 규정한 제도로, 이를 어길 경우 사업허가 취소까지 당할 수 있다.
  이같은 제도개선 추진과 관련, 김 기현 의원은 “지금까지 화물운송시장은 공급 과잉에 따른 운임 하락 등으로 경영여건이 악화된 상태에서 다단계 거래, 위·수탁제(지입제) 만연 등 구조적인 문제점까지 겹쳐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가 수시로 발생하는 등 장기적인 발전기반을 갖추지 못해 왔다”고 지적, “따라서 이같은 폐단 시정을 위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화물업계는 업계 현실과 화물운송사업의 실상을 너무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일축,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이다.
  명분과 이유가 아무리 타당하다 해도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없는 정책을 만들어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 해결이 될 수 없을 뿐아니라 화물개선방안에 담긴 핵심 내용 자체가 나무만 봤지 숲은 보지 못한 이름 뿐인 정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화물업계는 “TF팀에서 만들어낸 신설 방안은 화물운송사업을 위한 미래 발전적인 지원책이 아니라 결국은 너도 죽고 나도 죽을 수밖에 없는 악법으로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으며, 행정부 속성상 데모만 하면 거북이 보고 놀란 사람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것처럼 행정관리 면피용으로 만들어진 방안”이라고 주장, “40만 화물가족은 개선방안이 철회될 때까지 죽을 각오로 투쟁하겠다”며 국회와 정부 등 관계요로에 탄원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61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화물운송사업에 대한 기업화 또는 직영화 방안을 마련, 강력 시행해 왔으나 50년 가까운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 하나 없이 업계 혼란과 부작용만 가중시켜 왔다는 것이 화물업계의 지적이다.
  기록상 우리나라에 화물운송사업이 처음 시작된 것은 1920년대 중반이지만, 미미하나마 비로소 사업다운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고 또 직영운영을 원칙으로 한 면허제를 시행한 것은 해방이 가까운 1940년대 초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6.25로 인해 전체 화물자동차의 76%(1만2천320대)가 파손되는 바람에 휴전 후 이를 수리하거나 미군의 잉여차량을 불하받아 사용하게 됨으로써 직영할 수 있는 운송여건이나 환경이 불가능했던 화물운송사업은 면허 취득자가 영세한 자본을 소유한 군소 차주들에게 사업의 일부를 위탁, 운영케 하는 지입제 형태로 발전했다.
  이 후 지입제가 장기화·고질화 되고 운송질서가 문란하다고 판단한 정책당국은 화물운송업체를 상법에 의한 주식회사 체제로 기업화 한다는 명분을 붙여 1961년 7월 교통부고시 제654호를 공포했다.
  이어 1965년 9월에는 654고시의 기본정신인 기업화 원칙을 계승하고 다소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해 다시 마련한 제1111호 고시를 공포했다. 하지만 1960년대의 이같은 기업화 정책은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정부는 한 때 화물운수회사를 직영형태로 직접 경영하면서 정부 물량을 운송토록 했으나 적자가 누적되고 노무관리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많은 문제점이 야기되자 결국 회사를 민간기업에 양도하고 말았는데 이 회사가 바로 지금의 대한통운이다.
  화물운송사업에 대한 정부의 직영화 정책은 1980년대에도 계속되었다. 1981년 5월 정부는 ‘화물 경영개선대책’을 발표하고, 매년 회사 보유대수의 10% 이상을 직영해야 하며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미달대수만큼 감차처분하겠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같은 경영개선대책 추진이 부진하자 정부는 1983년 7월 내용이 더욱 강화된 2차 경영개선대책을 다시 마련해 발표하고, 직영화 미달업체에 대해서는 보유대수의 2배수 이상 감차처분을 단행하겠다며 직영화를 더욱 강도 높게 채근했다.            

 / 김호재 기자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