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가볼만한 곳]
솔향기길에 새기는 ‘희망 발자국’, 태안 만대항
위치 : 충청남도 태안군 이원면 원이로 일대
태안 만대항은 태안반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포구다. 반도 남쪽 끝 영목항이 안면도의 유명세로 번잡한 항구가 됐지만, 북쪽 가로림만의 만대항은 한적한 겨울포구의 모양새를 지녔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시작하는 상념에 젖기에는 이원면 만대항 일대가 호젓해서 좋다.
만대항에서의 새해 설계는 솔향기길이 어우러져 분위기를 더한다. 만대항은 태안 솔향기길 1코스의 출발점이다. 솔향기길은 태안반도의 세월과 절경을 간직한 채 유유히 이어진다. 바닷가 비탈 위로 연결된 태안반도의 끝 길을 걸으며 해를 보내고 맞이하는 체험은 색다르다. 공간과 시간의 흐름이 절묘한 합을 이룬다. 만대항을 기점으로 반도 서쪽으로 내려서는 솔향기길 1코스의 저녁노을 트레킹은 ‘명품’의 반열에 올라 있다. 이 길은 위안의 길이고, 사색의 시간 길이다.
솔향기길의 태동은 2007년 기름유출사고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름제거작업을 위해 이용하던 방제로와 군부대 순찰로, 임도, 오솔길들이 서로 연결돼 걷기 좋은 길이 만들어졌다. 천혜의 해안경관을 감상하고 솔향과 바다내음, 파도소리를 들으며 탐방하는 길은 북적이지 않아 더욱 정감이 간다. 길 어느 곳에 멈추고 생각에 빠지면 혼자만의 정적이 동행한다.
만대항을 기점으로 태안반도의 끝자락에는 상념을 부추기는 조연들이 길목마다 모습을 드러낸다. 삼형제바위, 새막금쉼터, 당봉전망대 등은 만대마을을 에워싸고 절경을 만들어낸다. 삼형제 바위는 일출을 맞기에 좋으며, 해넘이는 새막금쉼터 인근이 최적의 포인트다.
만대마을에서 하룻밤을 청한다면 당봉 전망대에 올라 반도의 동서쪽 바다에서 펼쳐지는 태양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만대마을 끝자락에서 바라보는 해변길은 바다와 어우러진 솔숲의 멋진 실루엣을 만들어낸다. 매년 1월 1일이면 당봉전망대에서는 새해맞이 행사도 열린다. 마을주민을 중심으로 떡국을 나눠먹는 소소한 잔치가 곁들여진다.
만대항의 겨울은 굴이 푸짐하게 쏟아질 때다. 물이 빠지면 종패를 매단 굴 밭이 포구 앞으로 드넓게 도열한다. 올해는 작황이 예전같지 않지만 푸짐한 인심만은 그대로다. 만대항에는 횟집이 세곳. 횟감들도 풍성해 만대항의 주말을 들썩이게 만든다. 가로림만 일대는 태안 인근 바다중에서도 어족의 산란장으로 유명하다. 우럭, 노래미, 농어 등이 쏠쏠하게 나온다.
태안 나들이에 태안의 국보인 마애삼존불을 놓칠 수 없다. 태안읍 백화산 기슭에 들어선 마애삼존불은 자연암벽에 새겨진 백제시대 대표 불상이다. 중앙에 작은 보살상, 좌우에 여래입상이 배치된 독특한 모습으로 중국 석굴불상과 유사해 중국문화의 해상교류를 반증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굴과 함께 박속밀국낙지탕은 태안 북부 여행의 겨울별미로도 손색이 없다. 박속밀국낙지탕은 통째로 넣은 낙지와 박이 어우러진 시원한 육수에 칼국수, 수제비를 넣어 먹는 맛이 독특하다. 원북, 이원 일대에서 박속밀국낙지를 맛볼 수 있다. [사진/서영진]
이동기 기자